어느덧, 한 해의 한국영화를 정리하는 메인 축제, 청룡영화제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지난 해처럼 후보에 들지 못해 아쉬운 배우들을 소개하는 시간을 가져볼까 하는데요. 개인적으로 올해 참 여러 일이 있어서 예년만큼 영화를 많이 챙겨보지 못해 글을 작성하는 데에 다소 부침이 느껴지네요. 다시 영화 좀 부지런히 보기 시작해야겠습니다:)
*주요 후보작 리스트 (한 부문이라도 후보에 오른 영화는 빨간색 표시)
<창궐>, <풀잎들>, <완벽한 타인>, <국가 부도의 날>, <군산: 거위를 노래하다>, <동네사람들>, <밤치기>, <뷰티풀 데이즈>, <샘>, <성난 황소>, <소녀의 세계>, <여곡성>, <영주>, <출국>, <해피 투게더>, <PMC: 더 벙커>, <도어락>, <마약왕>, <스윙키즈>, <그대 이름은 장미>, <극한직업>, <내안의 그놈>, <말모이>, <뺑반>, <언니>, <언더독>, <얼굴들>, <창간호>, <국경의 왕>, <기묘한 가족>, <사바하>, <시인 할매>, <자전차왕 엄복동>, <증인>, <칠곡 가시나들>, <항거:유관순 이야기>, <1919 유관순>, <강변호텔>, <돈>, <봄은 온다>, <선희와 슬기>, <썬키스 패밀리>, <악질경찰>, <우상>, <다시, 봄>, <로망>, <미성년>, <생일>, <왓칭>, <크게 될 놈>, <한강에게>, <0.0MHz>, <걸캅스>, <교회오빠>, <기생충>, <김군>, <나의 특별한 형제>, <물의 기억>, <배심원들>, <보희와 녹양>, <뷰티풀 보이스>, <악인전>, <옹알스>, <롱 리브 더 킹: 목포 영웅>, <비스트>, <뿔을 가진 소년>, <에움길>, <기방도령>, <엑시트>, <나랏말싸미>, <사자>, <진범>, <광대들: 풍문조작단>, <김복동>, <밤의 문이 열린다>, <벌새>, <변신>, <봉오동 전투>, <암전>, <우리집>, <유열의 음악앨범>, <나쁜 녀석들: 더 무비>, <메기>, <아워 바디>, <양자물리학>, <장사리: 잊혀진 영웅들>, <타짜: 원 아이드 잭>, <힘을 내요, 미스터 리>, <가장 보통의 연애>, <퍼펙트맨>
(작년 시상식의 마지노선인 <미쓰백> 이후 2018년 10월 개봉작부터 올해 10월 초에 개봉한 <가장 보통의 연애>와 <퍼펙트맨>까지 어느 정도 인지도가 있었던 영화 선에서 정리해 빠진 후보작이 있을 수도 있다는 점 감안 부탁드립니다)
남우주연상
<극한직업> 류승룡
<기생충> 송강호
<생일> 설경구
<증인> 정우성
<엑시트> 조정석
전반적으로 이견을 제시하기 힘들게 후보가 잘 짜여진 모습입니다. 대체로 모두 대중과 평단에게 좋은 반응을 끌어냈던 영화들인데 이 배우들이 연기로 중심을 잘 잡아둔 덕택이 있겠죠. 그럼에도 5개밖에 자리가 없어서 후보에 들지 못한 아쉬운 배우들도 존재합니다. 우선적으로는 이 배우가 가장 먼저 생각나네요.
사실 <기생충>의 메인 주인공은 기택(송강호)보다는 그의 아들로 출연했던 기우(최우식)라고 보는 것이 더 타당합니다. 전반적인 서사가 기우를 중심으로, 또 그를 기점으로 진행되기 때문이죠. 그리고 최우식이란 배우의 평범한 듯 하면서도 어딘가 비범하고, 태연한 연기가 <기생충> 특유의 기괴한 분위기 속에서 잘 어울러졌음을 감안하면 후보 불발은 분명 아쉽습니다.
아울러 개인적으로는 <스윙키즈>의 도경수 후보 불발이 못내 아쉽습니다. 그 외에 다른 배우가 로기수 캐릭터를 맡는 것은 상상이 안 될 정도로 기대 이상의 연기를 펼쳤는데 후보 등극은 차후로 미루게 되었네요. 뭐 아직 미래가 창창한 배우니 실망할 필요는 없겠습니다. 그 외에는 과장된 연기라는 평도 있었습니다만 에너지만큼은 확실했던 <국가부도의 날>의 유아인, 또 부일영화상에서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던 <강변호텔>의 기주봉, 영화 자체는 난해했지만 확실한 내공을 선보였던 <우상>의 한석규 정도가 기억에 남네요.
여우주연상
<항거:유관순 이야기> 고아성
<국가부도의 날> 김혜수
<엑시트> 임윤아
<생일> 전도연
<기생충> 조여정
김혜수와 전도연이라는 여우주연상 단골 배우들을 중심으로 화제작의 주연들이 다수 포진한 모습입니다. 두 배우는 뭐 항상 그래왔듯, 각자 <국가부도의 날>과 <생일>에서 대단한 연기를 선보였죠. 유력한 수상 후보가 아닐까 싶습니다. 고아성 역시도 부담감이 막중한 역할을 잘 소화해 백상예술대상 후보에도 오른 바 있습니다. 다만 <기생충>에서 제가 가장 핵심이라고 판단했던 조여정이 주연상 후보에 오른 점은 개인적으로 다소 아쉽네요. 아무래도 비중이나 서사 면에 있어서 조연에 더 가깝다고 생각하는 바인데, <기생충>의 여우조연상 후보가 워낙 쟁쟁해서 그런지 주연상 후보에 올랐습니다. <엑시트>의 임윤아의 경우는 후보 등극으로 배우 전향에 큰 힘을 얻게 되었군요.
전 <벌새>의 박지후 후보 불발이 가장 아쉽습니다. 물론 무르익은 연기라기엔 아직 부족한 감이 있습니다만 장편 데뷔작임을 감안하면 어마어마한 퍼포먼스였죠. 보는 내내, '아니, 우리 나라에 저런 배우가 있었나?'란 생각을 멈출 수가 없었습니다. <한공주>의 천우희에게 과감히 상을 안겨줬던 청룡의 전적을 생각하면 충분히 후보 등극도 가능했을텐데 아쉽네요. (물론 신인여우상 후보엔 올랐습니다) 아울러 현재 상영 중인 <가장 보통의 연애>의 공효진의 후보 불발도 아쉽네요. 언제나처럼 공효진이 해왔던 역할이라고 하면 크게 부인하기는 힘듭니다만 역시나 보는 내내 '공효진 말고는 소화할 수가 없는 배역'이라는 생각을 계속 되뇌었거든요. 그녀이기에 가능했고, 그래서 더 매력있는 선영이란 캐릭터가 완성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아울러 자폐아 캐릭터 지우를 연기해 한국영화평론가협회상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던 <증인>의 김향기도 후보 불발되었습니다. 지난 해에 받았던 여우조연상으로 아쉬움을 달래야겠군요. 또 '자막 논란'이 있긴 했습니다만 부일영화상에선 후보에 올랐던 <우상>의 천우희 역시 후보 선정이 불발되었습니다. 아울러 연기 면에선 모두 훌륭했던 <미성년>의 주역들을 볼 수 없는 점도 영 아쉽네요. 아무래도 하나의 인물에게 오롯이 집중하는 구조가 아니기 때문이겠죠.
남우조연상
<가장 보통의 연애> 강기영
<기생충> 박명훈
<극한직업> 진선규
<국가부도의 날> 조우진
<나의 특별한 형제> 이광수
전국민에게 맛깔나는 치킨같은 연기로 사랑받았던 <극한직업>의 진선규, 반대로 전국민의 화를 돋구었던 <국가부도의 날>의 조우진, 또 전국민의 심장을 벌벌 떨게 만들었던 신성 <기생충>의 박명훈을 필두로 2명의 젊은 배우, 강기영과 이광수가 포진해 있습니다. 이광수는 작년 <탐정: 리턴즈>가 후보 불발되었던 아픔을 이번 노미네이트로 달랠 수 있겠군요.
역시나 몇몇 후보 불발이 아쉬운 배우를 꼽아보자면 일단 <증인>의 이규형이 떠오릅니다. 선하지만 어딘가 어리숙한 검사 이희중 역할을 연기했는데 영화의 톤에 매우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인상적이었습니다. 또 <미성년>의 김윤석도 떠오르네요. 자기 영화여서 그런지 감독이 원하는 바(?)를 확실히 알고 힘을 뺀 연기로 다른 인물들을 돋보이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아울러 많은 인물 속에서도 확실히 존재감을 선보인 <스윙키즈>의 오정세, 거의 메소드에 가까운 사이코패스 연기를 보여준 <악인전>의 김성규 역시도 기억을 스쳐갑니다.
여우조연상
<벌새> 김새벽
<기생충> 박소담
<기생충> 이정은
<극한직업> 이하늬
<변신> 장영남
<벌새>를 보신 분이라면 김새벽의 수상 가능성을 매우 높게 치실 겁니다. 어린 소녀 은희에게 스승 이상의 존재가 되었던 영지란 캐릭터를 보며 모두가 먹먹함을 느끼셨을테니까요. 또 충격적인 '인터폰 컷'으로 관객을 패닉에 빠뜨렸던 <기생충>의 이정은, 특유의 시니컬함으로 만만치 않은 저력을 선보인 박소담도 인상적이었죠. 팀의 홍일점으로 망가짐을 망설이지 않았던 <극한직업>의 이하늬, 또 영화 특유의 공포스러운 분위기의 무게 중심을 잘 잡아준 <변신>의 장영남 역시 좋은 퍼포먼스였습니다.
명단에 없어 아쉬운 배우로는 <미성년>의 김소진이 가장 먼저 떠오릅니다. '미성년'이란 영화 제목에 정말이지 너무도 찰떡같이 어울리는 연기를 펼쳤었죠. 또 그 철딱서니 캐릭터와는 달리 조심스럽게 이웃집의 상처를 보듬어주고자 노력하는 우찬엄마 역을 맡았던 <생일>의 김수진 배우 역시도 인상 깊었습니다. 그 외로는 영화의 분위기에 유쾌함을 한 움큼 불어넣어줬던 <도어락>의 김예원, 한정된 분량 안에서도 자기 몫은 확실히 가져갔던 <말모이>의 김선영, 두 남녀 주인공 사이에서 알토란 같은 활약을 펼친 <유열의 음악앨범>의 김국희 역시 기억에 남네요.
신인상
<극한직업>의 미친 막내 공명을 비롯, 올해도 다채로운 신인 배우들이 후보에 올랐네요. 특히 앞서 언급했던 <벌새>의 박지후를 필두로, <미성년>의 김혜준, <스윙키즈>의 박혜수, <사바하>의 이재인 등이 포진한 신인여우상은 올해 배우상 중 가장 경쟁이 치열한 부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그래서 그런지 후보에 오르지 못한 배우도 꽤 있었네요.
우선 배우 원진아가 먼저 떠오릅니다. 올해 <돈>으로 시작해서 <롱 리브 더 킹: 목포영웅>까지 2편의 상업영화에서 꽤 비중 있는 역할을 맡았는데 후보에 오르진 못했네요. 그렇지만 매력이 확실한 배우인지라 내년에도 많은 영화에서 그녀를 만날 수는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 외로는 김혜준과 함께 환상의 조합을 선보였던 <미성년>의 박세진, 어쩌면 국내 최초 '네임드 좀비'를 소화한 <기묘한 가족>의 정가람, 제대로 된 대사조차 없이도 관객의 웃음을 자아냈던 <스윙키즈>의 김민호, 이선균과 박해준 같은 선배 배우들 사이에서도 기죽지 않았던 <악질경찰>의 전소니 정도가 기억에 남습니다.
청룡과 완벽한 타인이 된
<완벽한 타인>
사실 글을 쓰는 내내 이 영화를 꼭 언급하고 싶었습니다만 마지막에 한 번에 정리해줘야할 것 같더군요. 밀도 있는 구성으로 약 530만의 관객을 동원했던 영화 <완벽한 타인>은 배우상 포함 단 한개의 부문에도 노미네이트되지 못했습니다. 주인공이 여럿인 영화라 주연상은 힘들다 하더라도, 조연상을 받기에 손색 없는 배우가 상당히 많았음을 떠올리면 참으로 아쉬운 결과입니다. 특히 이 영화에서 혜성처럼 등장했던 윤경호의 후보 불발은 개인적으로 안타깝네요. 팀워크상 같은 게 있었다면 아마 <완벽한 타인>이 받았겠죠? 작년 10월 말 개봉이라 기억에서 자연스레 잊혀진 건 아닌가 하는 괜한 생각도 듭니다.
이상으로, 2019 청룡영화제에서 후보 선정이 되지 못해 아쉬운 배우들을 살펴봤습니다. 이 글로라도 후보에 선정되지 못한 배우들이 자그마한 위로를 받았으면 하는 마음이네요. 올해 청룡영화제는 돌아오는 목요일, 11월 21일에 진행된다고 하니 영화 팬분들 참고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2019. 11. 14
아흔 세번째 영화보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