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20] 인생 행간을 읽다 (바이북스, 박정심 지음, 2019.9)
지금 내가 살아가고 있는 건지, 그저 살아지고 있는 건지 의문이 든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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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은 내 인생 잊지 못할 해가 되었다. 평생 나를 달달 볶을 것 같던 엄마가 하늘나라로 갔기 때문이다.
얼굴은 금세라도 눈물이 쏟아질 것 같아고, 내 마음은 언제 깨져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불안했다. 슬픔의 소용돌이도 살짝 비껴가고 요동치던 내 감정도 진정 될 즈음, '인생 행간'이라는 네 글자가 눈에 들어왔다.
찾아보니 행간에는 두 가지 뜻이 있었다. 하나는 '행과 행 또는 줄과 줄 사이'라는 의미이고, 또 하나는 '글에 직접적으로 나타나 있지 않으나 그 글을 통해 나타내려는 숨은 뜻을 비유적으로 일컫는 말'을 뜻한다.
지금, 올해가 어찌 보면 내 인생의 행이 바뀌는 때인 것 같다. 나는 행과 행 사이, 행산에 서있다.
엄마의 죽음으로 나눠지는 행과 행 사이에 의도적으로 행 하나를 더 삽입하고 싶다. 엄마와의 즐거웠던 추억을 내 마음 속 깊이 새기며, 그 동안 놓쳐왔던 행간의 숨은 뜻을 되돌아 볼 수 있는 행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나에게 '인생 행간'은 중의적인 느낌으로 다가왔다. 인생의 쉼표가 필요한 순간일지 모르겠다.
이 책은 저자 박정심의 소박한 삶을 담고 있다. 주제가 거창하지도 무겁지도 않지만 소소한 이야깃거리들이 잔잔하고 큰 울림을 만들어 낸다.
시를 통해 삶을 이야기하고 싶었다는 저자는 어떤 형식이나 형태에 구애받지 않는 자유로운 마음으로 썼다고 한다. 자기만의 방식으로 느껴지는 마음의 언어와 소리를 오감으로 표현하며 시에 감정이나 감각을 불어넣는다.
젊은 꽃, 바람 되어 가는 날
스무고개 세월의 만남
정열의 꽃 피워보지만
쉴 곳 없는 삶의 피로
잃어버린 인생길의 방황
심장의 빛 잠재우고
마지막 숨결 마시며 떠나는 길
하얀 국화꽃 향기
이승과 저승 연결통로
돌아올 수 없는 구름다리 앞
젊은 꽃 바람 되어 가는 날
하늘 호수 수문 열려
가슴에 비로 내린다.
안타깝다.
가슴 안, 비가 타서
얼굴에 눈물로 내린다
인생 행간을 읽다 中
"새롭게 맞이하는 삶은 의식을 깨어 있게 했다. 깨인 마음은 습관처럼 살지 않는다. 성찰하는 마음에서 습관은 한 단계를 넘어 의식 있는 작은 움직임의 반복을 만든다. 관찰한다는 마음은 하나를 보는 것이 아니라 전체를 보는 마음이다.
깨인 마음 깊숙한 곳에서 울리는 영혼의 소리를 시로 담았다. 그리고 일상을 이야기한다. 일상에서 나는 소소한 행복과 깨달음을 가진다. 깨달음은 멀리 있지 않았다. 내 생각과 움직임 속에 있었다. 삶을 경험하며 배워간다." p. 9
깨어 있는 의식은 일상에서 소소한 행복을 느끼고 많은 걸 깨닫게 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5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저자의 인생의 의미와 깨달음을 자유 형식의 시로 표현하고 있다. 그리고 시와 더불어 배경이 되는 기억, 일상, 생각들을 함께 기록한다.
어찌 보면 밋밋해 보이지만 우려낼수록 더 깊은 맛을 내는 사골같이 음미할수록 깊은 의미를 선사하는 책이다.
바쁜 일상 속에 어느 날 문득, 지금 내가 살아가고 있는 건지, 그저 살아지고 있는 건지 의문이 든다면 이 책을 꺼내들기 바란다. 삶이 새롭다고 말하는 저자의 시와 이야기를 통해, 똑같게만 느껴지던 일상이 달라 보일지 모른다. 인상의 쳇바퀴 속에서 무뎌졌던 오감에 생기를 불어 넣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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