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전작인 비하인드 도어를 재미있게 봐서 다른 작품들도 빨리 읽어보고 싶었다. 브레이크 다운은 결혼한 지 얼마 안 된 30대 여성 캐시가 비가 많이 오던 날 집으로 오는 길에 주차되어 있던 한 대의 차량을 그냥 지나치고 집으로 오는 것으로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다. 다음날 아침, 자신이 그냥 지나친 차량으로부터 끔찍한 모습으로 살해된 여성이 발견되었다는 뉴스를 접한 캐시. 그녀는 커다란 충격을 받아 가장 친한 친구인 레이첼을 만나러 가지만 차마 그녀에게도 자신이 사고 현장을 목격한 것 같다고 말하지 못한다. 레이첼은 친구 수지 생일선물로 사기로 한 가방 이야기를 꺼내고, 전혀 기억 나지 않는 이야기지만 대충 맞장구치던 캐시는 레이첼이 친구들이 선물값으로 모아 건냈다는 160파운드 이야기에 얼굴이 굳는다. 캐시는 치매 걸린 모친을 오랫 동안 간병해왔기 때문에 자신도 혹시... 하는 불안감에 매우 당혹스러워한다. 캐시는 얼마 후 살해된 피해자가 자신이 레이첼을 따라 간 모임에서 새로 사귄 친구 제인임을 알게 되고, 살해범이 자신 주변을 맴돌고 있다는 불안감과 단편적 기억상실로 인한 불안감에 무너진다.
이 책은 캐시의 일기장 형식으로 쓰여있다. 기억이 불안정한 사람들은 남들보다 기록에 신경을 쓴다. 신경쇠약에 시달리는 캐시를 작가가 얼마나 잘 묘사했는지 나 또한 읽는 내내 초조함과 불안감에 휩싸여 책장을 쉬지 않고 넘겨야만 했다. 캐시가 용기를 내어 제인의 남편을 찾아가 자신이 집으로 가는 길 제인의 차량을 본 사실을 말하는 장면에 이르러서야 제인 남편이 한 말에 캐시도, 나도 정신이 번쩍 들었다. “만일 살인자가 정말 당신이 경찰에 결정적 증거를 제공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면 왜 당신을 살려두겠어요? 그냥 죽이지 않고? 벌써 한 번 살인을 한 자인데 다시 못하겠어요?”
나는 캐시를 제외하고 이 책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세 명의 캐릭터를 모두 용의자 선상에 올렸다. 캐시에게 오랜 시간 구혼해온 존, 막대한 유산을 물려받은 와이프를 둔 매튜, 그리고 캐시에 대한 모든 것을 잘 알고 있는 친구 레이첼.
[옮긴이의 말에서] 캐시는 자신이 제인을 구할 수 있었는데 그냥 내버려두었다는 죄책감과 공포에 시달리는 한편, 계속 건망증이 심해지는 자신을 발견한다. 친구들과의 약속을 잊어버리고 늘 사용하던 가전제품 사용법도 갑자기 알 수가 없게 된다. 뿐만 아니라 방학 내내 텔레비전 앞에서 무기력하게 늘어져 있다가, 기억도 안 나는 물건들을 마구 주문하고 있다. 게다가 이상한 전화까지 자꾸 걸려온다.
이 책의 원제 ‘The Breakdown’은 ‘고장’이라는 뜻으로, 자동차나 기계의 고장뿐 아니라 사람의 정신적 문제도 가리키며, 흔히 정신적 붕괴를 가리키는 신경쇠약(nervous breakdown)이라는 말에 쓰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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