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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uzz - 11월 16, 2019

분명 영화를 보고 이 상황은 누구의 잘못이며 그것이 시스템이든 인물이든 그곳으로 비난의 화살을 돌리고 행위의 잘잘못과 당위를 따지려 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분노와 혐오가 하나의 상품이 되어버린 시대에 이는 가장 경제적이고 손쉬운 독법이며 일견 타당한 듯 보인다. 그런 시선을 조롱하듯 영화는 마지막 장면으로 답을 대신한다. 누구의 잘못인가? 아니, 누군가 잘못을 하긴 했을까? 이 영화가 뻔하지 않은 이유는 그런 가치 판단에서 멀리 떨어져 있다는 것이다. 카메라는 에이프릴과 프랭크 어느 한쪽에도 경도되어있지 않다. 그저 그들이 내던져진 세계의 무력한 상황 속에서 그들을 지켜볼 뿐이다.

우리는 영화를 보고 결혼이라는 사회제도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보게 된다. 극 중의 시대 배경인 1955년, 결혼하는 것이 당연한 삶의 순리였던 세대. 에이프릴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그렇게 지극히 자연스러운 삶의 순리에 따랐을 뿐인 그녀가 그 자연스러운 삶의 순리이자 제도인 결혼이 본인과 철저히 유리되어 있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 파국의 길로 나아간다. 그렇담 사회적 효용을 담보하고 효율적인 육아를 안정적으로 추구할 수 있게 해주는 결혼이라는 제도가 잘못된 것일까? 공리에 연연하지 않아도 제도는 잘못이 없다 선택이 있을 뿐. 그저 거기에 맞아들어가지 않는 혹은 맞아들어갈 수 없는 다른 양태로 빚어진 존재들이 존재할 뿐이다. 그리고 그것 또한 그들의 잘못이 아니다. 우연과 확률에 기댄 비결정론의 우주에서 이유 없이 그렇게 태어난 것일 뿐. 그렇담 값싼 냉소와 허무주의에 빠지지 않고 그들이 생을 긍정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이었을까? 그것 또한 정답은 없다. 영화에서는 프랭크와 에이프릴이 어떤 선택을 하지만 영화는 그 선택이 정답이라고 말하진 않는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그저 그들의 감정에 깊게 감화되는 것밖에 없다.

울컥해서 말이 길어졌네... 아직도 여운이 내 마음을 뒤흔들어 놓고 있다.

이렇듯 전혀 의도치 않은 순간 만나게 된 좋은 영화는 마치 어린 시절에 받던 선물 같다.

어린 시절의 그것이 가져다준 것은 오로지 행복이었고,

지금의 것은 복잡다단한 감정이라는 것이 차이지만.

더는 새로운 것이 나올 수 없다고 단언하는 사람들에게 고하듯,

그 수많은 창작물 속에서 본인의 인장을 찍어내고야 마는 대단한 존재들이 있는데

토마스 뉴먼도 그런 사람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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