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문성] ‘불패 리버풀’ 파비뉴 효과
2019.11.18. 오후 07:29
해외축구 박문성 2002~2018년 5연속 월드컵 현장 취재 및 중계
리버풀 전술의 핵심 파비뉴
굉장한 폭발력이다. 리버풀의 프리미어리그 무패 행진이 계속되고 있다. 올 시즌 12경기 11승1무 불패다. 지난 시즌까지 거슬러 올라가면 지난 1월 맨시티 원정 이후 리그 패가 없다. 프리미어리그 29경기 째 불패다. 파괴적이고 압도적 레이스다.
리그가 3분의 1 가까이 흐른 가운데 선두 리버풀과 2위권 격차가 꽤 벌어졌다. 리버풀과 2위권인 레스터, 첼시와 승점 차는 8점이다. 최근 리버풀에 무너진 맨시티와 리버풀 격차는 9점이다. 아직 시즌 초반이라고는 하지만 3경기면 격차가 적지 않다.
리버풀이 무서운 레이스를 달릴 수 있던 배경엔 많이 알려지고 지켜봤다시피 파괴적인 스리톱(마네-피르미누-살라)과 리그 최고 풀백(로버트슨-아널드) 조합의 힘이 컸다. 근데 오늘은 다른 포인트, 리버풀의 스리톱과 풀백이 그 파괴력을 더할 수 있도록 만든 또 다른 포인트를 짚으려 한다. 미드필드 그 중에서도 파비뉴다.
축구에서 미드필드는 중요하다. 어떤 전술, 어떤 축구든 크게 다르지 않다. 가운데서 공수 균형을 잡아주는 미드필드는 사람의 허리와 같이 팀 중심을 잡아준다. 허리가 아프면 서 있기도 힘들다.
현 리버풀 전술이라면 미드필드는 더 중요하다. 클롭 감독 축구의 키워드는 전방위 압박이다. 필드 어디서건 상대를 압박한다. 특히 전방 압박이 세다. 리버풀 스리톱은 공격 못지않게 상대를 눌러대는 프레싱의 강도가 상당하다.
근데 문제는 앞 선이 전방 압박을 하고 있는데 허리에서 받쳐주지 못할 때다. 전방 압박을 한다는 건 상대를 좁은 공간에 몰아 놓고 압력을 극대화한다는 뜻이다. 물고기를 잡기 위해 그물을 에워싸듯 여러 선수가 동시다발적으로 상대를 몰아넣어야 가능한 게 전방 압박이다. 그러니 스리톱만 움직인다고 전방 압박이 되는 게 아니다. 아래 허리에서 강하게 받쳐줘야 가능한 게 전방 압박이다.
리버풀 풀백들의 무서운 전진성의 전제
리버풀 풀백 로버트슨과 아널드
클롭 축구의 또 하나 특징은 숫자다. 공격할 땐 공격 숫자를, 수비할 땐 수비 숫자를 많이 두는 게 리버풀 전술의 특징이다. 이를 가능케 하는 건 좁은 공수 간격과 좌우 풀백들의 엄청난 에너지 파워다. 풀백들이 좁은 공수 간격 사이를 쉴 새 없이 오르고 내리면서 공격과 수비 시 수적인 우세를 확보해줘야 파괴력을 가져갈 수 있는 리버풀 축구다.
하지만 온전히 이 역할을 풀백들에게만 맡길 순 없다. 풀백들이 올라서거나 자리를 비우면 누군가는 그 자리를 메우는 움직임을 가져가야 한다. 메우지 못하면 풀백들은 엄청난 체력 부담 속에서 지속적인 파괴력을 유지하기가 힘들다. 풀백들의 체력과 공간을 받쳐주는 역할, 이것이 바로 리버풀 미드필더들의 몫이다.
결과적으로 리버풀의 전방 압박이 강력한 것도, 풀백들이 무서울 정도로 전진성을 유지할 수 있는 것도 미드필더들이 받쳐주고 있기에 가능한 움직임들이다.
맨시티전 리버풀 선발 라인업과 움직임
사실 지난 시즌 리버풀의 고민이 미드필더에 있기도 했다. 클롭 감독의 축구를 완성하기 위해선 매우 중요한 포지션이지만, 최적의 조합 찾기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허리의 중심을 잡지 못했다. 헨더슨, 베이날둠, 밀너, 파비뉴, 나비 케이타, 랄라나 등을 오가며 조합해 봤지만 리버풀의 전방 압박과 풀백을 커버해주기엔 부족했다.
그러다 해답의 실마리를 찾은 게 지난 시즌 후반기였던 32라운드 토트넘전이었다. 이날 선발 4-3-3 허리 라인 3의 가운데 아래 위치에서 뛴 선수는 헨더슨이었다. 그러다 후반 중반 이후 파비뉴를 투입해 헨더슨의 자리에서 뛰게 했는데 경기력이 눈에 띄게 좋아지면서 파비뉴를 앵커로 안정적으로 활용하는 전술이 자리 잡기 시작했다. 몇 차례의 점검을 거쳐 올 시즌 초반 파비뉴를 앵커로 좌우에 베이날둠과 헨더슨을 배치하는 전술이 주되게 활용될 수 있었다.
헨더슨의 포지션 변화
환호하는 헨더슨
이 세 명의 조합은 발군의 운동량(베이날둠)+창의성(파비뉴)+팀플레이와 공격 전개(헨더슨)라는 결과를 이끌어냈다. 특히 파비뉴는 공수에 걸친 놀라운 활약으로 리버풀이 최적의 허리 조합을 구성하는데 핵심적 역할을 수행했다.
파비뉴는 올 시즌 팀 내 경기 평균 태클 성공(2.4회)과 드리블 저지(1.7회) 1위다. 수비수를 제외하면 팀 내 경기 평균 가로채기(1.4회) 1위기도 하다. 공격 전개 능력 또한 뛰어나 파비뉴는 10경기 이상 뛴 주전급 선수들 중에선 베이날둠(91.8%)에 이어 패스 성공률(86.6%) 2위에 올라 있기도 하다. 파비뉴는 앵커로 내려 앉아 있으면서도 경기 평균 1.2개의 키 패스를 기록 중이다. 파비뉴가 공격과 수비 가리지 않고 얼마나 많은 스탯을 쌓고 있는지를 알려주는 기록들이다.
사비 알론소, 스티븐 제라드 이후 마땅한 앵커를 찾지 못해 고민을 거듭했던 리버풀로선 파비뉴의 등장은 더없는 호재다. 클롭 감독 4-3-3 허리의 중심축이라 할 수 있는 앵커 파비뉴의 안정적 포지셔닝은 좌우에 배치되는 선수들에게도 안정과 무게감을 줬다. 특히 파비뉴의 안착으로 앵커로 내려 썼던 헨더슨을 좀 더 익숙한 포지션인 인사이드 하프로 올려 쓰면서 직접 공격에 힘을 쏟게 한 것도 파비뉴가 가져온 효과 중 하나다.
베이날둠의 운동량(팀 내 1위인 11.73km) 파비뉴의 창의성(환상적인 중거리 포) 헨더슨의 팀플레이와 공격 전개(마네 골로 이어진 기막힌 크로스)가 극대화돼 나타난 경기가 바로 직전 맨시티전이었다. 맨시티의 로드리와 귄도안은 이들 앞에 힘 한 번 못써보고 무너지고 말았다.
리버풀의 스리톱과 풀백은 무시무시할 정도로 강력하지만, 이들이 받쳐주고 있기에 가능한 강력함이기도 하다. 리버풀의 경기를 볼 때 이들 미드필드진을 빼놓지 말고 관찰해야 할 이유다. 이 중에서도 최고의 폼을 보여주고 있는 파비뉴의 움직임은 리버풀의 전술을 이해하는데 핵심적 요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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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제공 박문성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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