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건달 EBS 한국영화특선 영화 리뷰 (스포 있음)
모름지기 영화는 웃고 재미가 있어야 한다는 게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더군다나 한밤중 안방에서 보는 안방극장 영화는 더욱 그렇지 않을까요? 바로 몇 시간 후면 새롭게 한 주를 시작하게 되고 일터로 나가야 하는 수고를 해야 하기 때문에 말입니다. 그렇다는 전제로 오늘 밤 보게 되는 EBS한국영화특선은 볼만합니다. <박수건달>이라는 제목이 영화 성격을 단번에 말해주잖아요? 박수와 건달이라니, 혹자들은 건달이라서 박수를 친다고? 그렇게 생각하는 분들은 설마 없겠지만 여기서 잠깐 영화제목의 박수무당이라는 사전적 의미를 알아보고 시작하겠습니다. 박수란 의미는 여러 경우가 있지만 이곳에서는 명사로써 남자무당을 일컫는 말입니다. 건달이란 것은 잘 알다시피 아무것도 가진 것 없이 난봉을 부리고 돌아다니는 사람이나 또는 하는 일 없이 빈둥빈둥 놀거나 게으름을 부리는 사람이라고 우리 국어사전에 나와 있더라고요. 그렇다면 박수건달이란 사전적 의미는 박수와 건달의 합성어로 잘 나가는 건달로 살다가 하루아침에 운명이 뒤바뀌어 낮에는 박수무당으로, 밤에는 건달로 이중생활을 하는 자를 뜻하는 말입니다. 사실 이렇게 사전적 의미만 알아도 어느 정도 영화의 줄거리는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아무튼 건달, 아니 영화에서는 조폭입니다. 조폭이 무당이 된다는 소재도 소재지만 이 영화가 더 흥미를 끄는 것은 영화의 주인공 박신양을 오랜만에 볼 수 있고, 박신양이 조폭으로 돌아와서 호기심이 끈다는 것도 일단 재미있는 설정입니다. 하지만 알고 보면 박신양은 조폭이 되었던 건 이 영화 외에도 한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그는 <약속>에서 순정남 조폭으로 분했고, <달마야 놀자>에서는 코믹한 조폭을 연기하면서 두 영화 모두 대박을 치기도 했습니다. 결국 박신양에게 조폭물은 흥행 장르인 셈이기도 한데, 이 영화 <박수건달>에서 박신양은 <약속>과 <달마야 놀자>의 상반된 두 캐릭터를 하나로 합쳐 놓은 듯 보이기도 합니다. 죽느냐 사느냐 그것이 문제가 아니고 건달로 사느냐, 무당으로 사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사실 그냥 그러려니 본 영화지만 웃으면서 재밌게 봤던 영화가 있기 마련이잖아요? 개인적으로는 벌써 7년 전 영화지만 그때 그랬던 영화입니다. 오늘밤 이 영화를 본방사수하면서 7년 전 추억 속으로 빠져 들어가 보는 것도 가을밤에 누릴 수 있는 작은 기쁨이 아닐까 싶습니다.
어떤 영화일까?
낮에는 박수무당, 밤에는 건달로 사는 이중생활을 그린 <박수건달>은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로 대중의 강한 신뢰를 받고 있는 박신양의 코미디 영화입니다. 엘리트 건달이 주인공이니만큼 통쾌한 액션은 물론 낮에는 할머니 신을 모시는 박수무당이었다가 밤이 되면 카리스마와 주먹으로 부하들을 호령하며 부산을 휘어잡는 건달이 됩니다. 이렇듯 도저히 섞일 수 없는 두 직업을 오가며 벌이는 아찔한 이중생활은 관객들에게 신선하고 통쾌한 재미를 선사하기에 부족함이 없습니다. 영화를 보고 있노라면 어쩌면 그게 영화의 작은 단점이기도 하다고 하는데, 위협적인 주먹으로 조직을 장악하던 건달이 그분의 힘을 빌려 사람 돕는 무당이 되어가는 드라마는 따뜻한 감동도 전하게 되니 말이죠.
이렇게 이중생활을 겪게 되는 황당무계한 사건 속에서 박신양 특유의 진지한 연기는 코믹한 상황과 어우러져 더욱 큰 웃음을 만들어내기에 부족함이 없을 정도입니다. 여기에 코믹 연기의 달인, 김정태, 조진웅, 김형범, 최일화 등 든든한 조연진의 감칠맛 나는 연기와 <조폭 마누라>로 2000년대 초 한국영화계에 코미디 신드롬을 이끌었던 조진규 감독의 능수능란한 코미디 신공이 <박수건달>을 든든하게 지탱하는 힘이 됩니다. 이 영화는 지금까지 그 어디에서도 시도된 적 없는 박수와 건달을 오가는 기상천외한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2013년 극장가에 신선한 웃음을 주었던 작품입니다. 개봉당시 비교적 관객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았으며 당시 개봉일에 10만 6천여 명의 관객을 동원함으로써 예상을 뒤엎고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고, 최종 관객 집계는 389만 명으로 비교적 흥행에도 성공한 작품입니다.
EBS한국영화특선 영화정보
영화제목 : 박수건달
방송일: 2019년 11월 10일 (일) 밤 11시 15분
감 독 : 조진규
출 연 : 박신양, 김정태, 엄지원, 정혜영
제작년도 : 2012년
영화길이 : 128분
나이등급 : 15세
영화 줄거리
광호는 잘나가는 엘리트 조폭입니다. 위로는 두목의 절대적 신임을 받고, 아래로는 부하들의 지지를 받는 미래가 보장된 조폭, 탄탄대로일 것 같은 그에게 위기가 찾아오는데, 그 위기는 다름 아닌 신기입니다. 부산 바닥을 휘어잡는 엘리트 건달이면서 죽는 것보다 모양 빠지는 게 더 싫은 건달 인생에 난데없이 그분의 태클이 들어온 것. 어느 날, 조직 내 세력다툼에서 아찔한 사고를 당한 뒤부터 이상한 변화가 나타납니다. 매번 자기 자리를 노리고 하극상을 펼치는 태주와 싸우던 도중 하필이면 칼을 맨손으로 막다가 생긴 상처 때문에 손금, 그것도 운명선이 변경되며 귀신을 볼 수 있게 되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게다가 무당이 되지 않으면 죽는다는 왕무당의 말을 듣게 됩니다. 피할 수 없는 운명에 광호는 결국 굿을 하고 신 내림을 받게 됩니다. 그 뒤 광호는 건달과 무당이라는 어처구니없는 삶을 동시에 살아가는데, 하루아침에 부산을 휘어잡는 건달에서 조선 팔도 최고 신빨 날리는 박수무당 되고 맙니다. 하지만 살기 위해 낮에는 신참 무당으로, 밤이면 엘리트 건달이라는 투잡 맨이 된 광호의 일상은 점점 꼬여가기만 하는데, 건달로 사느냐, 무당으로 사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박신양은 누구일까?
잘 알다시피 박신양하면 영화든 드라마든 나왔다 하면 신드롬을 뽐내고 있는 배우입니다. 애기야 가자! 라고 소리치는 달콤한 로맨티스트부터 비켜! 꺼져! 나가! 버럭 3종 세트를 탄생시킨 천재 법의학자까지. 스크린이든 브라운관이든 떴다 하면 신드롬을 일으키는 배우이니 말이죠. 드라마 싸인, 쩐의 전쟁, 파리의 연인, 그리고 영화 범죄의 재구성, 달마야 놀자, 약속, 편지 등 그가 출연했던 작품마다 초대박을 터트리는 배우 박신양. 이런 그가 당시 6년만의 스크린 복귀작으로 택한 작품이 바로 이 영화 박수건달이었습니다. 이번에 그가 맡은 역할은 낮에는 박수, 밤에는 건달로 살아가는 비운의 투잡맨 광호입니다. 승승장구 건달 인생을 이어가던 중 불의의 사고로 그 분을 영접하게 된 광호는 쪽 팔릴 바에는 죽고 말겠다는 가오 건달 인생에 찾아온 절체절명의 위기를 어떻게 표현할지 재미있게 지켜봐도 좋을 거란 생각입니다.
이 영화 누가 출연할까?
충무로에서 연기 좀 한다는 배우들이 총 출연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입니다. 출연만으로도 스크린을 완전 장악해버리는 미친 존재감의 배우들이 박수건달에 모두 모였으니 말이죠. 먼저 예나 지금이나 능청스런 연기로 다양한 작품에서 활약하고 있는 김정태는 광호의 약점을 잡기 위해 24시간 눈에 불을 켜고 있는 라이벌 태주를 연기해 궁극의 코믹 연기를 선보이고 있으며, 자신이 조선의 국모 명성황후라고 주장하는 푼수데기 무당 명보살 역은 평소 도도하고 시크한 이미지의 배우 엄지원이 맡았습니다. 단아하고 선한 이미지로 선행 천사라 불리는 배우 정혜영은 생애 첫 영화로 이 영화를 선택했는데, 곱디고운 얼굴은 물론 표정 하나 안 변하고 건달의 손을 꿰매는 배포까지 겸비한 여의사 미숙 역할로 광호와 함께 묘한 러브라인을 형성하며 웃음에 감동까지 더하고 있습니다. 무식하리만큼 열정적으로 광호를 지키는 그의 오른팔 춘봉 역에는 배우 김성균이 맡았고, 이 외에도 조진웅, 김형범, 최일화 등 개성 있는 연기로 대중의 사랑을 받고 있는 대세 배우들이 출동해 맘껏 웃음을 선사하고 있습니다.
감독은 누구인가?
이 영화를 만든 조진규 감독은 1960년생의 감독으로 대학에서는 미술을 전공하고 한때 모 방송국의 PD까지 한 전력이 있는 생뚱맞은 감독입니다. 영남대 서양학과를 졸업하고, 일본 와세다 대학원 문학부 영화이론과 석사 과정을 거쳐 감독으로 데뷔한 그는 2001년에 조폭 마누라, 2004년에는 어깨동무, 그리고 2006년에 조폭 마누라3, 2012년에 바로 이 작품인 박수건달을 만든 중견감독입니다.
영화를 보고나서
이 영화 일단 재미있습니다. 그리고 흥미로운 아이디어도 박수를 받을 만 하다는 생각입니다. 그 아이디어를 재미로 풀어내는 역할이 박신양이었고, 늘 그랬던 것처럼 이 영화에서도 그는 흠뻑 반할만한 연기를 보여줍니다. 조폭일 때는 대중에게 친숙한 박신양의 제대로 된 모습을, 무당일 때는 가늘어진 목소리로 오두방정을 떠는 모습은 대체로 진지한 연기를 하던 배우가 작정하고 망가지면 그 효과는 따따블일 수밖에 없더라고요. 짙은 눈 화장에 립스틱을 바르고, 방방 뛰는 박신양의 모습은 좀처럼 보기 힘든 구경거리이고 그래서 작은 미소를 짓기에 부족함이 없습니다. 특히 취조실 해프닝은 눈물이 쏙 빠질 정도로 대박 웃음을 자아내게 만듭니다.
이렇듯 이 영화는 조폭 코미디물에 반감을 가진 관객이라 하더라도 기꺼이 즐길 수 있고, 때문에 적어도 15세 이상이라면 남성이든 여성이든 모두가 즐길만한 영화이지 않을까 싶더라고요. 사실 이 영화가 박신양의 최고 연기의 작품은 절대 아니지만, 배우가 가지고 있는 끼를 드러냈다는 점에서 흥미로울 수밖에 없고 그래서 박수를 보냅니다. 다만 조금 아쉬운 점이 있다면 영화 후반에 갈수록 감성에 호소하는 장면들이 너무 많고 지나치게 길다는 것은 옥에 티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합니다. 벌써 7년 전 영화이니 그땐 그래도 될 수 있었다 하더라도 이젠 초중반은 웃음 코드로, 마무리는 눈물로 뽑겠다는 공식은 버릴 때가 되었으니 말이죠. 맘껏 웃고 즐길 수 있는 영화, 오늘밤 본방사수해도 괜찮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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