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국제영화제 개막식에서 만난 영화 <감쪽같은 그녀> 후기
제1회 강릉국제영화제 개막식에서 만난 영화 <감쪽같은 그녀>
메인 예고편
<감쪽같은 그녀> 메인 예고편: https://tv.naver.com/v/10640075
*2019년 12월 4일 개봉
기념비적 현장에서의 의미 있는 만남
지난 11월 8일, 강릉아트센터 사임당홀에서 열린 [제1회 강릉국제영화제] 개막식에 다녀왔다. 서울 외의 지역에서 열리는 영화제에는 사실상 처음 다녀오는 것인데, 집순이인 내가 강릉까지 가게 된 원동력은 첫 개막을 맞은 강릉국제영화제의 ‘제1회’란 숫자와 개막작으로 상영된 12월 4일 개봉을 앞둔 ‘나문희’, ‘김수안’ 배우 주연의 영화 <감쪽같은 그녀>가 제공해 주었다고 보면 된다. 특히 후자의 경우는 공개된 티저 및 메인 예고편 속의 일부 내용만 보아도 제법 취향인 영화일 것 같단 확신이 들기도 했었고, 무엇보다 지난번 제작보고회에서의 두 배우의 모습이 워낙에 좋았기에 개봉일까지 기다리기 보다는 한 지역 영화제의 첫 개막이라는 기념비적인 현장에서 의미 있게 만나고 싶다는 마음이 컸다.
강릉국제영화제 (GIFF) 현장
설레는 마음 가득 안고 도착한 [제1회 강릉국제영화제]의 레드카펫 현장, 헐리웃 배우의 내한 레드카펫 행사는 꽤 여러 번 갔었지만 영화제 레드카펫은 처음이라 두근거리는 심장을 좀처럼 진정시키기가 어려웠다. 티켓을 수령하고 현장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며 사진으로 남기고 나서야 조금 진정 되었던가. 그리고 그렇게 시간이 흘러, 레드카펫 행사가 끝나고 많은 사람들의 기대 속에서 본격적인 개막작 상영이 시작되었다. 그런 의미에서 아래부터는 개막작으로 상영된 <감쪽같은 그녀>의 후기와 상영 중의 현장 분위기에 관한 내용을 다루어 볼까 한다.
후기와 분위기
철부지 할매와 애어른 손녀
열흘을 나왔는데 하나도 못 팔았다며 약점 제대로 잡힌 동네 청년에게 손수건을 강매하기도 하고, 동네 할머니들과 그림 맞추기도 하는 등 나 홀로 라이프 꽤 잘 즐기며 살던 ‘말순’ 앞에 정말로 어느 날 갑자기 ‘공주’라는 이름의 손녀가 뚝 떨어졌다. 하늘에서 떨어진 건 아니고 제 발로 찾아온 것이긴 한데, 말순의 입장에서는 마른 하늘에 날벼락이 따로 없었을 것이다. 공주 혼자여도 벅찰 마당에 등 뒤에 아기까지 업고 있었으니까. 그러나 존재도 모르고 살아온 이들이 하루 아침에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묶여 함께 살게 된 상황에서, 평탄한 일상을 바라는 것은 과연 무리였다.
서로 너무나 맞지 않았다. 이래도 되는가 싶을 정도로 매일 같이 티격태격. 손녀가 철이 없어서 티격태격 하는 게 보통일 테지만, 이 집은 애와 어른이 바뀌어서 유독 더 티격태격 하는 것도 같았다. 하지만 싸우면서 정든다는 말도 사실은 사실이었다. 늘 티격태격해도 결국 두 사람은 가족이었고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마음을 열고 그만큼 더욱 돈독해졌으니까. 그래서일까. 문득 떠올랐다. 제작보고회 현장에서의 김수안 배우와의 연기 호흡에 대한 질문에, ‘그냥 아무런 생각 없이 공주, 공주하고 했다. 말순이가.’하고 답하던 나문희 배우의 모습이.
단짠의 현장, 사랑스러운 매력
초반의 유쾌한 분위기는 중반부에 접어들면서부터 극중 인물의 감정 변화에 따라 조금씩 달라지더니 후반부에 들어서는 훌쩍이는 소리가 곳곳에서 들려올 정도로 폭발적인 감정을 느낄 수 있는 전개였다. 그리고 극중 말순과 공주로 분한 두 배우의 연기는 왜 나문희가 3,600만 동원 배우인지, 왜 김수안이 최연소 쌍천만 배우의 타이틀을 얻게 되었는지 납득할 수밖에 없도록 만들었다. 두 배우의 연기만으로도 120분이 순식간에 지나가는 느낌이었다. 덕분에 극중 전개에 내내 웃었다가 울었다가 하며 깊게 몰입해서 그런가, 영화가 끝나고 나서도 한동안 여운이 가시지 않아서 자리에서 조금 멍하니 있었던 기억이 난다.
12월, 온 세대를 위한 영화
[제1회 강릉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된 이유를 알 것 같다. <감쪽같은 그녀>는 <수상한 그녀>가 떠오를 정도로 가족적이며, 웃음과 감동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잘 잡은,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가슴이 따뜻해지는 그런 사랑스러운 영화였다. 혼자 봐도 좋고 친구와 봐도 좋고 연인과 봐도 좋고 가족과 보면 특히 더 좋을 그런 영화였다. 두 주연 배우만 아니라, 특별출연으로도 강력한 존재감을 자랑하는 천우희 배우, 개성 넘치는 연기로 엄마아빠, 이모삼촌 미소 자아내게 만드는 아역 배우들의 합이 좋았던 덕이라 생각한다. 생활연기도 코믹연기도 다들 아주 완벽하게 소화해주었다. 개봉 전에 미리 만나고 싶어서 보러 간 거였는데, 어째 보는 동안 가족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아서 12월 4일에 개봉하면 엄마아빠와 함께 한 번 더 극장을 찾게 될 거란 강한 확신이 든다. 그리고 모시고 가게 된다면 아빠가 눈물이 많으니까 휴지도 꼭 챙겨야겠다.
‘당신에게도 있나요? 가슴이 기억할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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