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대표의 무의미한 단식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의 뜬금없는 단식엔 외부적 요인과 내부적 요인이 있습니다.
<황교안 대표의 외부적 단식 요인>
1.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재연장
2. 연동형 비례대표제 반대
3. 공수처법 포기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은 11월 22일 종료됩니다. '파기'가 아닙니다. 기간이 다 되서 '재연장'하지 않는 것입니다. 문재인 정부는 8월 22일 지소미아 종료를 공식 발표했고, 지난 국민과의 대화에서도 방침을 바꾸지 않았습니다. 일본이 우리나라를 '안보상 신뢰할 수 없는 국가'라는 명분으로 수출 규제와 화이트리스트 배제를 한 가운데 우리나라가 이 협정을 재연장할 필요는 없습니다.
"12월 3일, 패스트트랙 법안들을 본회의에 올리겠다" - 문희상 국회의장
패스트트랙 법안은 키를 쥐고 있는 전현직 바른미래당 의원들도 통과시킬 가능성이 높습니다. 지지율이 바닥을 기고 있는 현실에서 내년 총선에 조금이라도 유리한 지형을 만들기 위해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원하기 때문입니다. 분명히 자유한국당은 자체 시뮬레이션을 거쳤을 것이고, 패스트트랙 법안 처리 가능성이 높다고 결론을 내렸을 것입니다.
<황교안 대표의 내부적 단식 요인>
자유한국당 내 쇄신 요구와 중진 의원들을 중심으로 한 불출마 요구
최근 자유한국당 내에선 불출마 선언이 줄을 이었습니다. 비박계 대장 김무성 의원이 총선 불출마를 재확인했고, 김세연 의원도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지역구(3선)를 내년 총선에는 맡지 않겠다고 결정하였습니다. 이들은 불출마만 선언한 게 아니라 다른 중진 의원들이나 지도부를 통해서도 강력한 쇄신을 요구했습니다. 김세연 의원은 거친 표현을 통해 뼈를 때렸습니다.
"자유한국당은 수명이 다했고, 존재 자체가 역사의 민폐다. 생명력을 잃은 좀비 같다" - 김세연 의원
황교안 대표는 적어도 '입 정치인'은 아닙니다. 오락가락하는 일은 있어도, 명분이 완벽하지는 않아도 몸으로 보여줍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파면을 촉구하며 9월 16일 삭발투쟁, 지난 18일에는 청와대에 영수회담을 제안했습니다. 하지만 영수회담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단식에 나섰습니다.
자유한국당의 계속된 장외투쟁과 삭발, 단식으로 인해 이 정치적 행위가 가지는 뜻이 희석되는 느낌입니다. 어쨌든 의견이 반반으로 갈렸던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에 따른 삭발은 공감을 얻을 수 있지만, 이번 단식은 그 때보다 공감이 떨어집니다. 특히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재연장은 일본의 태도 변화가 전혀 없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정부를 상대로만 재연장하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정말 재연장을 원하려면 일본 대사관 앞에서 해야하지 않을까요?
여러 이유가 있지만 황교안 대표의 이번 단식은 결국 리더십의 위기입니다. 강력한 리더십으로 당 내 갈등을 봉합하고, 여의도 국회 안에서 다른 정당과 논의 등을 통해 자신이 원하는 바를 얻고자 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니 '청와대'라는 공공의 적을 만들어 이를 이겨내고자 합니다.
박지원 대안신당 의원이 말한 게 있습니다.
<21세기 국회의원이 하지 말아야 할 3대 쇼>
1. 삭발
2. 단식
3. 의원직 사퇴
황교안 대표가 현직 국회의원이었다면 과연 의원직 사퇴까지 했을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하나 남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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